2010. 6. 12. 17:17
죽은 듯이 자고있는 아이들 옆에서 팬케익을 구웠다.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이 부풀어오르는 팬케익은 노랗게 빛났다.

팬케익 반죽은 나와 홍선교사님이 같이 만들었다.
수첩에 5인분의 레시피를 적어오신 선교사님은 우리가 총 29명이라는 것을 확인하시고는
정해진 레시피(5인분)에 6이 아닌 5.8을 곱하셔서 정확이 29인분의 반죽을 만드셨다.
선교사님의 놀라운 세심함에 나는 정확히 2.7초 동안 감탄 했다.

강력분 10컵, 포도씨유 5 2/1컵, 베이킹 파우더 적당히, 설탕 많이, 우유 10컵, 바닐라 향 조금...

아침 식사는 성공적이였다.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고, 행복한 아이들의 눈 속에서 나는 내 모습을 보았다.
아이들의 눈 속에 비친 내 얼굴은 간절해 보였다.

노란 스크럼블에그와 노란 팬케익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간절했다.
우리집 냉장고 두 번째 칸에 있던 락엔락 반찬통,

시큼한 백김치 국물이 담긴..

오늘 영어캠프 둘 째날.
내일 아침도 '어메리컨 스따일'이다.
네이티브한 발음을 구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버터와 오일을 다량 섭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발음이 부쩍 리얼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0. 6. 10. 17:15

단순한 기쁨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피에르 신부 (마음산책,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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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가 선물로 준 책을 읽었다.

피에르 신부님의 '단순한 기쁨'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 해매는 기쁨은 것은 절대로 멀리 있지 않다는

진부한 내용의 글이지만, 그 글이 왜이렇게 내 마음을 때리는 것일까?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누군가에게 던져 본 사람을 알 것이다.

상대방이 적잖히 불편해 한다는 것을..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이나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저마다 자신의 대답에 이유를 찾느라 힘들어한다.

 

피에르 신부가 말하는 기쁨은 단순했다.

 

'자유는 사랑에 봉사할 때 가장 의미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사랑을 위해 봉사할 때 진정한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기쁨..

오늘이 월급날이여서 기쁘거나

시험이 코앞이고 머리속은 백지상태일지라도 우울하지 않는,


결국,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주어진 '사랑'할 수 있는'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2010. 6. 5. 01:08

 

등줄기를 훅훅 볶는 오후, 길을 가던 사람들이 자판기 앞에 멈춰선다. 곧 자판기 뒤로 길게 줄이 늘어서고 이마에  땀방울을 매달고 있는 사람들은 앞 사람이 음료수를 뽑아 사라지길 기다린다. 오렌지 주스, 사과 주스, 망고 주스. 나름대로 본인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기 위해 사람들은 머뭇거린다. 


그들이 망설임 끝에 뽑아든 것은 사실 오렌지 주스가 아니다. 오렌지가 그려진 캔에는 오렌지 향이 들어간 설탕물이 들어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방금 뽑아든 설탕물을 들고 가던 길을 걸어간다. 저만치에서 또 다른 갈증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것을 골라도 결국 설탕물이다. 그럴듯하게 포장지에 그려진 오렌지는 절대로 자판기 안에 없다. 사실 자판기 앞에 서 있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자판기가 좋다 나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바로 자판기 앞에서 설탕물을 선택하는 사람들과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현재 자신이 크리스찬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사람도 말이다.


결코 갈증을 채울 수 없는 설탕물, 당신이 입으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산다’고 고백하고 있을지라도 오늘 나의 삶이 내 욕심, 내 만족, 내가 정한 비젼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든 당신 손에는 이미 설탕물이 들려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산다고 하는 사람은. 결코 달짝지근한 설탕물이 나오는 자판기 앞에서 서성이지 않는다. 아스팔트를 벗겨내고 콘크리트를 깨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우물을 파 내려간다. 비록 지금은 흙 먼지가 섞인 구정물이 나온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더욱 더 우물을 팔 것이다. 그가 진정 하나님의 사람이고, 우물을 파 내려가는 과정이야 말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받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살고 싶다. 눈을 감는 순간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하나님 날 받아달라고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먼 훗날 무언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백이 아니라. 만약 지금 이 순간 죽더라고 오늘 내가 그 분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면, 그 사람은 이런 고백을 할 자격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때문에 오늘 나는 더 훈련 받아야 한다.


2010. 6. 1. 15:11
선거철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플랜카드가 펄럭거린다. 후보들의 홍보 트럭에는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넣어 개사한 PR송이 흘러나오고 땡볕 아래 서서 기호 0번을 외치는 아주머니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많이 더워보인다. 등교길에는 눈이 아주치기가 무섭게 선거명암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명암 속에는 무슨 직책을 그리 많이 맡고 계시는지 현재 역임 중이라는 자문 위원장 고문 위원장과 각종 회장자리들을 포함해서 장이라는 장은 모두 맡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분명 훌륭하고 높으신 분들이 후보로 출마했을 것이다. 링컨대통령 이후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줄 곧 있어왔던 것 같다. 모두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시니 나는 누구를 뽑아도 좋은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생각도 든다. 걸려있는 플랜카드 마다 씌여진 공약을 보면 저마다 무상 급식, 무상 교육,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주겠다고 적혀있다. 모두 이렇게 훌륭한 일들만 계획 중인 분들인데 굳이 한 명만 뽑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냥 모두 뽑아 놓고 약속한거 다 해달라고 하면 안될까? 대신 약속 못 지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만들면 될 것이 아닌가.

수 천 수 백 백성의 삶과 목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라면 자고로 하늘 아래 부끄럽지 않은 뜻을 품어야 하는데 사실 입으로 떠들어대는 듣기 좋게 떠드는 말 말고 저 깊이 숨겨 놓은 본뜻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내일이 선거날이다. 아침 일찍 선거를 하러 가야겠다. 나는 몰라도 우리는 안다고 생각한다. 나도 우리의 일부분이니 소신껏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다. 내일은 꼭 웃어야 할 사람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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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5. 17:34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룰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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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4. 22:34

 

비가 온다.
엄니가 고무 대야에 심어 논 사랑초가 걱정이다.
역시, 빗방울에 떨고있다.
사랑초는 흡사 하트처럼 생겼다. 
그래서 사랑초라고 한다는데 색깔은 보라색이다.
못난놈을 사랑했나보다. 
고 놈 때문에 앵간이도 속이 썩었는지 사랑초 하트는 시푸르딩딩 멍이 들어 마침내 보라색이다.
보라색 사랑초가 떨고 있다. 빗방울에.
기특하다.
그래도 하트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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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2. 22:32

 


이집트 고기 가마 옆에서 떨어진 찌꺼기나 줍던 이스라엘 민족을 광야로 불러내신 하나님.
내 백성으로 삼아주시겠다고 말씀하시며 거룩하라고 명하신 주님.
하나님의 온전한 백성으로 만들고자 광야로 이끄시며 훈련시키시고 연단시키는 분,

당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배운거 없고 잘하는 것도 없어 
갈 곳이라곤 모래날리는 공사장 뿐이였던 나를..
그나마 들어간 공사장에선 
삽질하는 법도 모른다고 무시 당하던 나를..

삽자루인지 손인지 구분할 수 없을만큼 투박하고 무식한 
내 솥뚜껑같은 손을 붙잡으시며 
조용히 따라오라고 말씀하신 분.

땅바닥에 떨어진 찌끄러기 속에서
희망이란 것을 찾으려고 애쓰던 나를 불러
당신의 '말씀'으로 먹이시고 양육하신 분.

답답하고 공허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 해
못난 얼굴 구겨가며 목이 터져라 이름만 불러댔던 
내 무식하고 예의없는 기도에도 친히 응답해 주시는 분.

진리보다는 돈 버는 기술에 목 말랐던 나에게
진리에 대한 갈급함을 주시고
돌 맞음을 당해도 진리를 붙들리라는
종전의 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고백을 하게 하시는 분.

당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그리고 나의 하나님.

아.. 
나의 하나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