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 15:53


늦장마가 그치고 찾아온 것은 늦가을이었다.

'툭..' 

은행이 한 알 버스정류장 옆 보도블럭 위로  떨어졌다.

사람들의 발에 밟혀 터진 은행에서는 곧 누릿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 아니, 이게 무슨 메주썩는 냄새야. 아이구 지독해. "

깜짝 놀란 은행이 옆을 보니 그곳에는

하얗게 마른 개똥이 얼굴을 잔뜩 찌뿌린채 한 손으로 코를 움켜쥐고 있었다.

개똥은 은행에게 말했다.

" 넌 도대체 누구 뱃속에서 나왔길래 이렇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거니 ? "

그렇게 은행과 개똥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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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30. 08:34

불현듯 등이 가렵다. 하지만 손이 닿질 않는다. 인간은 혼자서 등을 긁을 수 없는 부족한 존재이다. 벽에 등을 문지르며 나의 부족함에 대해서 생각한다. 하지만 내 짧은 팔을 탔하진 않는다. 등이 간지러울 때, 자신의 짧은 팔을 탔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가을이 오고 날은 점점 건조해 지고 있다. 간지러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줄‘사랑’이 나는 필요하다. 파리채 뒤 꽁무니로 등을 긁으며 생각한다. 아름다운 사랑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랑이 아닐까?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는 부족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전당포 노인을 죽인 살인자 라스콜리니코프와 매춘부 소냐가 바로 그들이다. 이 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철저히 소외된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결국 매춘부 소냐의 사랑은 극단적인 정서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로자를 변화시킨다. 부족함이라고 애둘러서 말했지만, 사실 내가 앞서 말한 부족함은 인간이 겪고 있는 모든 정신적 물질적 육체적 결핍을 모두 포함한다.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떤 정서적 정신적 결핍에 시달리는 상태였고, 소냐는 물질적인 부족함으로 인해 결국 몸을 파는 여인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극적으로 보이는 이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할 때, 이 둘의 사랑을 바라보는 우리는 ‘불쌍하다’가 아닌‘아름답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부족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가 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오아시스’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여주인공 ‘공주’와 전과자 ‘종두’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육체적으로 부족한‘공주’와 정신적으로 모자란 ‘종두’의  사랑이야기는 보는 내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종두가 나무 그림자가 무섭다는 공주를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톱질하는 장면을 보면서 난‘아름답다’고 느꼈다. 종두는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또 하나의 모자른 행동을 했다. 하지만, 난 바로 그 종두의 모자란 행동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꼈다.


벌써 오래전부터 성형 열풍이 불고 있다. 남성은 신발에 키높이 깔창을 깔고, 여성의 화장술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모두들 남보다 부족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 역시 이상적인 신장이 되려면 깔창을 두 개는 깔아야 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은 182라는 숫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솔직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내가 이렇소 이렇게 부족하오 라고 고백할 때, 당신의 부족함을 내가 채워주겠소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본능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이 서로의 부족을 채워주기 위해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신은 이러한 기적을 만들기 위해 인간을 이렇게 부족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결국 인간은 사랑할 때 가장 완벽의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2010. 6. 22. 20:30

 

지금은 그저 내리는 비를 맞을지언정

네 꿈은 반드시 소중히 여겨라.


-최00해병 미니홈피에서


현실은 비가 내린다.

당신을 위해 준비된 무대는 보이지 않는다.


춥고, 배고프고, 알아주는 이 없고.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꿈과 가장 거리가 먼 곳.

현실.


하지만,

꿈이 이루어 지는 곳도 바로 현실이다.


비는 언젠가 그치기 마련이고

활은 머지않아 첼로를 쓰다듬을 것이다.


첼로가 맑은 소릴 낼 수 있는 이유는

젖어있는 당신의 머리카락 때문이다.

2010. 6. 21. 20:29

 

나를 꼭 닮은 원숭이를 만났다.

처마 밑, 지붕을 받치고 있는 사진 속 원숭이.

엊그제 산 열장 남짓되는 엽서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처마 아래 원숭이는 착각을 하고 있다.

‘내가 받치고 있지 않으면 이 지붕은 내려 앉을거야’ 라고 말이다.


큰 착각이다.


나도 혹시 저 원숭이와 같은 착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처마 아래 웃고있는 원숭이.

철장은 없지만 갖혀있는 것과 다름 없는..


처마 옆,

가끔씩 들리는 풍경소리로 위안을 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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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 15:11
선거철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플랜카드가 펄럭거린다. 후보들의 홍보 트럭에는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넣어 개사한 PR송이 흘러나오고 땡볕 아래 서서 기호 0번을 외치는 아주머니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많이 더워보인다. 등교길에는 눈이 아주치기가 무섭게 선거명암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명암 속에는 무슨 직책을 그리 많이 맡고 계시는지 현재 역임 중이라는 자문 위원장 고문 위원장과 각종 회장자리들을 포함해서 장이라는 장은 모두 맡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분명 훌륭하고 높으신 분들이 후보로 출마했을 것이다. 링컨대통령 이후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줄 곧 있어왔던 것 같다. 모두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시니 나는 누구를 뽑아도 좋은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생각도 든다. 걸려있는 플랜카드 마다 씌여진 공약을 보면 저마다 무상 급식, 무상 교육,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주겠다고 적혀있다. 모두 이렇게 훌륭한 일들만 계획 중인 분들인데 굳이 한 명만 뽑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냥 모두 뽑아 놓고 약속한거 다 해달라고 하면 안될까? 대신 약속 못 지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만들면 될 것이 아닌가.

수 천 수 백 백성의 삶과 목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라면 자고로 하늘 아래 부끄럽지 않은 뜻을 품어야 하는데 사실 입으로 떠들어대는 듣기 좋게 떠드는 말 말고 저 깊이 숨겨 놓은 본뜻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내일이 선거날이다. 아침 일찍 선거를 하러 가야겠다. 나는 몰라도 우리는 안다고 생각한다. 나도 우리의 일부분이니 소신껏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다. 내일은 꼭 웃어야 할 사람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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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5. 17:34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룰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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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4. 22:34

 

비가 온다.
엄니가 고무 대야에 심어 논 사랑초가 걱정이다.
역시, 빗방울에 떨고있다.
사랑초는 흡사 하트처럼 생겼다. 
그래서 사랑초라고 한다는데 색깔은 보라색이다.
못난놈을 사랑했나보다. 
고 놈 때문에 앵간이도 속이 썩었는지 사랑초 하트는 시푸르딩딩 멍이 들어 마침내 보라색이다.
보라색 사랑초가 떨고 있다. 빗방울에.
기특하다.
그래도 하트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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