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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30 [서평] 따뜻한 독종(서거원)
2010. 9. 30. 13:23
인상깊은 구절
'진심 어린 직구를 던져라'
- 겉보기에는 별일 없어 보이는 평화로운 대지 위에서 피가 마르는 사투와 오금이 저리는 긴장의 순간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양궁장은 겉으로는 피가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전쟁터의 한복판이라 할 수 있다. (p42)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가 흥행했었다. 주인공 프로도와 친구들인 인간·마법사·난쟁이·요정으로 구성된 원정대가 괴물들과 싸우는 장면이 단연 백미였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은발의 요정이 가장 인상 깊다. 그가 사용하는 활은 주윤발의 쌍권총 그 이상 이였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칼을 들고 달려오는 수많은 괴물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쏘아내는 냉정함과 침착함, 그 눈빛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얼마 전, 그 눈빛을 보았다. 평온해 보이는 잔디밭 위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우리나라 국가 대표 선수의 눈빛은 영화 속 은발 요정보다 진지하고 냉정해 보였다. 선수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였다. 현실이였다. 상대방 선수의 눈에는 찾아 볼 수 없는 그 무엇.. 화살이 활을 떠난 뒤에도 한참 동안 흔들리지 않는 눈빛.. 결국 우리나라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인공이 된 것이다. 나는 시상식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우리나라 선수들의 눈에서 한 번 더 그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정하고 침착한..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조준하고, 당기고, 쏘고..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서 쏘는데 맞고 맞지 않고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단순한 선수 개개인의 실력 차 때문일까? 각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나오는 올림픽인데, 왜 항상 우리나라가 승리를 차지하는 것일까? 25년 연속 세계 1등이라는 말 뒤에는 분명 확실한 이유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마침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서거원은 25년간 한국 양궁의 세계1등 신화를 만들어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지독하다’는 말도 반갑다!” 라고 말하는 서거원.. (지은이 소개)
책 제목이 ‘따뜻한 독종’이다. 독종 앞의 ‘따뜻한’ 이란 수식어가 어색하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모순된 느낌의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사람냄새가 난다였다. 책을 읽는 내내 훈훈하게 풍기는 사람냄새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따뜻해진 마음을 품고 책을 덮었다. 독종과의 대화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따뜻한 독종>은 양궁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서거원 감독의 양궁 인생을 그려놓은 책이다. 비단 양궁만이 아니다. 양궁이라는 도화지 위에 서거원 감독이 생각하는 인생관과 리더십 그리고 가치관을 모두 그려 넣었다. 감독은 25년간 자신의 인생 노하우를 정리해서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그의 리더십에 관한 일화를 하나하나 대할 때마다 인간 서거원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오고 때로는 독종이란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리더십에 관해 여러 가지 책을 접했지만, 대부분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들이었다. 반면, 이 책은 읽기 참 쉽다. 저자가 뛰어난 독서가이기 때문인지, 책을 읽고 있으면 마주 앉아서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책 중간 중간 적혀있는 명언들은 서거원 감독의 독서노트에서 발췌한 것들로 내용이해를 돕고 더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독종이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흔히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사람에게 붙이는 수식어이다. 조금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자면 ‘추진력 있다’ 정도로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진력이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려면 추진력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서거원 감독은 바로 그 무언가를 ‘진심’ 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수 한명 한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는 서거원. ‘진심 어린 직구를 던져라..’ 서거원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진심어린 직구들이 모여서 올림픽 1위의 대한민국 양궁을 만들어낸 것이다. 앞서 말했던 선수들의 그 눈빛은 서거원 감독의 따뜻한, 때로는 혹독한 리더십이 만들어낸 진주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선수들의 눈 속에 진주를 품을 수 있게 해준 서거원 감독의 리더십이야 말로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인 앞에서 검증받은 금메달감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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