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 22:30

 

모든 생명체는 어미의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 작은 점을 하나 찍는다. 그 점은 곧 구르기 시작하고 의미라는 것을 찾고자 방향성을 갖게 된다. 점이 굴러간 곳에는 흔적처럼 실선이 그려지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굴러다니다가 어디 시점에 다다르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진다. 죽음이다. 그렇게 점은 찍히고 구르며 마침내 사라진다. 이렇게 점이 구른 흔적을 우리는 인생이라 부른다.

 

‘태어나다’와 ‘죽는다’ 사이에는 ‘삶’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삶이라는 것은 이 땅에 얼마 간 머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가 머무는 이 땅은 누구나 마음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푹신푹신하고 평평하기만 한 곳이 아니다. 이 땅은 거칠고 경사진 곳 이다. 거칠기 때문에 상처 입고, 비탈지기 때문에 올라가지 않으면 굴러 떨어지는 그런 곳이다.

 

푸구이의 점은 비탈길의 꼭대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