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1. 22:29
"똥을 누다가 오줌이 나오면 이제 더 이상 나올 똥이 없다는 표시야. 하나님이 사람에게 화장실에 마냥 앉아있지 말라고 그렇게 '똥 다눴다'는 표시를 주신거지"
그 뒤로 나는 어머니 말씀대로 똥을 눈 후 오줌이 나와야 비로소 모든 일이 끝마쳤다고 생각했다. 
때론 이놈의 오줌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그렇게 오줌이란 놈으로 마무리를 짓고 나오지 못했을 때는 나는 내 몸이 혹시 고장난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괜스레 불안 불안할 때도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대변을 본 후, 오줌을 찔끔 싸고 다섯 칸의 휴지를 조심히 세어 두세번 재빨리 접은 다음 어머니께 갔다.

바지 춤을 무릎까지 내리고 고개를 숙이니 다리사이로 어머니가 보였다.
다리 사이로 보이는 어머니는 항상 엄숙 했다.
정성스럽게 휴지를 접어 내 엉덩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똥구멍을 닦아주시는 어머니는 언제나 매우 진지해 보였다.
그럴때면 나 역시 진지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표정은 알게 모르게 따라하게되는 전염되는 그런 성질이 있는 것 같다.

다리 사이로 내민 내 얼굴에는 아마 피가 몰려 다소 힘들어 보였을 것이다.
어느날 어머니는 내 발간 얼굴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이제 니가 닦아 봐."
그리고 내 손에 휴지를 쥐어 주셨다.

왼손잡이인 나는 어머니가 휴지를 쥐어주신오른손으로 부자연 스럽게 뒤처리를 했고,
어머니는 조용히 지켜보시더니 다시
"엎드려" 하신 후 다시 한 번 닦아주셨다.

어머니는 내 엉덩이를 닦아주셨던 분이다.
나는 어머니 얼굴앞에 냄새나는 엉덩이와 달랑거리는 고추를 내밀고도 창피한 줄 몰랐다.
지금이라면 어디 상상조차 할 수 있는 일일까?
남들이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진지한 얼굴로 내 엉덩이를 닦아주셨던 어머니의 표정이 가끔 그립다.

"다 닦았다!"

말씀하시며 한 쪽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세게 때려주시던 그 손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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