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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30 [서평] 따뜻한 독종(서거원)
- 2010.09.30 2010.09.30- 부족한 사람의 사랑
- 2010.09.17 2010.09.17- 우리가족
- 2010.06.22 2010.06.22- 비를 맞을지언정
- 2010.06.21 2010.06.21- 처마 밑 원숭이
- 2010.06.20 2010.06.20-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 2010.06.13 2010.06.13- 훈련인가? 조련인가?
인상깊은 구절
'진심 어린 직구를 던져라'
- 겉보기에는 별일 없어 보이는 평화로운 대지 위에서 피가 마르는 사투와 오금이 저리는 긴장의 순간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양궁장은 겉으로는 피가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전쟁터의 한복판이라 할 수 있다. (p42)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가 흥행했었다. 주인공 프로도와 친구들인 인간·마법사·난쟁이·요정으로 구성된 원정대가 괴물들과 싸우는 장면이 단연 백미였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은발의 요정이 가장 인상 깊다. 그가 사용하는 활은 주윤발의 쌍권총 그 이상 이였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칼을 들고 달려오는 수많은 괴물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쏘아내는 냉정함과 침착함, 그 눈빛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얼마 전, 그 눈빛을 보았다. 평온해 보이는 잔디밭 위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우리나라 국가 대표 선수의 눈빛은 영화 속 은발 요정보다 진지하고 냉정해 보였다. 선수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였다. 현실이였다. 상대방 선수의 눈에는 찾아 볼 수 없는 그 무엇.. 화살이 활을 떠난 뒤에도 한참 동안 흔들리지 않는 눈빛.. 결국 우리나라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인공이 된 것이다. 나는 시상식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우리나라 선수들의 눈에서 한 번 더 그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정하고 침착한..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조준하고, 당기고, 쏘고..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서 쏘는데 맞고 맞지 않고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단순한 선수 개개인의 실력 차 때문일까? 각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나오는 올림픽인데, 왜 항상 우리나라가 승리를 차지하는 것일까? 25년 연속 세계 1등이라는 말 뒤에는 분명 확실한 이유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마침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서거원은 25년간 한국 양궁의 세계1등 신화를 만들어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지독하다’는 말도 반갑다!” 라고 말하는 서거원.. (지은이 소개)
책 제목이 ‘따뜻한 독종’이다. 독종 앞의 ‘따뜻한’ 이란 수식어가 어색하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모순된 느낌의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사람냄새가 난다였다. 책을 읽는 내내 훈훈하게 풍기는 사람냄새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따뜻해진 마음을 품고 책을 덮었다. 독종과의 대화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따뜻한 독종>은 양궁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서거원 감독의 양궁 인생을 그려놓은 책이다. 비단 양궁만이 아니다. 양궁이라는 도화지 위에 서거원 감독이 생각하는 인생관과 리더십 그리고 가치관을 모두 그려 넣었다. 감독은 25년간 자신의 인생 노하우를 정리해서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그의 리더십에 관한 일화를 하나하나 대할 때마다 인간 서거원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오고 때로는 독종이란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리더십에 관해 여러 가지 책을 접했지만, 대부분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들이었다. 반면, 이 책은 읽기 참 쉽다. 저자가 뛰어난 독서가이기 때문인지, 책을 읽고 있으면 마주 앉아서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책 중간 중간 적혀있는 명언들은 서거원 감독의 독서노트에서 발췌한 것들로 내용이해를 돕고 더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독종이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흔히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사람에게 붙이는 수식어이다. 조금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자면 ‘추진력 있다’ 정도로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진력이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려면 추진력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서거원 감독은 바로 그 무언가를 ‘진심’ 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수 한명 한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는 서거원. ‘진심 어린 직구를 던져라..’ 서거원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진심어린 직구들이 모여서 올림픽 1위의 대한민국 양궁을 만들어낸 것이다. 앞서 말했던 선수들의 그 눈빛은 서거원 감독의 따뜻한, 때로는 혹독한 리더십이 만들어낸 진주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선수들의 눈 속에 진주를 품을 수 있게 해준 서거원 감독의 리더십이야 말로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인 앞에서 검증받은 금메달감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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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등이 가렵다. 하지만 손이 닿질 않는다. 인간은 혼자서 등을 긁을 수 없는 부족한 존재이다. 벽에 등을 문지르며 나의 부족함에 대해서 생각한다. 하지만 내 짧은 팔을 탔하진 않는다. 등이 간지러울 때, 자신의 짧은 팔을 탔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가을이 오고 날은 점점 건조해 지고 있다. 간지러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줄‘사랑’이 나는 필요하다. 파리채 뒤 꽁무니로 등을 긁으며 생각한다. 아름다운 사랑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랑이 아닐까?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는 부족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전당포 노인을 죽인 살인자 라스콜리니코프와 매춘부 소냐가 바로 그들이다. 이 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철저히 소외된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결국 매춘부 소냐의 사랑은 극단적인 정서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로자를 변화시킨다. 부족함이라고 애둘러서 말했지만, 사실 내가 앞서 말한 부족함은 인간이 겪고 있는 모든 정신적 물질적 육체적 결핍을 모두 포함한다.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떤 정서적 정신적 결핍에 시달리는 상태였고, 소냐는 물질적인 부족함으로 인해 결국 몸을 파는 여인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극적으로 보이는 이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할 때, 이 둘의 사랑을 바라보는 우리는 ‘불쌍하다’가 아닌‘아름답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부족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가 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오아시스’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여주인공 ‘공주’와 전과자 ‘종두’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육체적으로 부족한‘공주’와 정신적으로 모자란 ‘종두’의 사랑이야기는 보는 내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종두가 나무 그림자가 무섭다는 공주를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톱질하는 장면을 보면서 난‘아름답다’고 느꼈다. 종두는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또 하나의 모자른 행동을 했다. 하지만, 난 바로 그 종두의 모자란 행동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꼈다.
벌써 오래전부터 성형 열풍이 불고 있다. 남성은 신발에 키높이 깔창을 깔고, 여성의 화장술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모두들 남보다 부족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 역시 이상적인 신장이 되려면 깔창을 두 개는 깔아야 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은 182라는 숫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솔직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내가 이렇소 이렇게 부족하오 라고 고백할 때, 당신의 부족함을 내가 채워주겠소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본능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이 서로의 부족을 채워주기 위해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신은 이러한 기적을 만들기 위해 인간을 이렇게 부족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결국 인간은 사랑할 때 가장 완벽의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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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저 내리는 비를 맞을지언정
네 꿈은 반드시 소중히 여겨라.
-최00해병 미니홈피에서
현실은 비가 내린다.
당신을 위해 준비된 무대는 보이지 않는다.
춥고, 배고프고, 알아주는 이 없고.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꿈과 가장 거리가 먼 곳.
현실.
하지만,
꿈이 이루어 지는 곳도 바로 현실이다.
비는 언젠가 그치기 마련이고
활은 머지않아 첼로를 쓰다듬을 것이다.
첼로가 맑은 소릴 낼 수 있는 이유는
젖어있는 당신의 머리카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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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꼭 닮은 원숭이를 만났다.
처마 밑, 지붕을 받치고 있는 사진 속 원숭이.
엊그제 산 열장 남짓되는 엽서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처마 아래 원숭이는 착각을 하고 있다.
‘내가 받치고 있지 않으면 이 지붕은 내려 앉을거야’ 라고 말이다.
큰 착각이다.
나도 혹시 저 원숭이와 같은 착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처마 아래 웃고있는 원숭이.
철장은 없지만 갖혀있는 것과 다름 없는..
처마 옆,
가끔씩 들리는 풍경소리로 위안을 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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