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9. 21:36

골목 골목마다 찬바람 불던,  2월달 어느 수요일

야박한 찬바람은 골목에만 불 것이지,

대학에 모두 떨어져 움츠려든 제 목덜미에 더 쌩쌩 불었습니다.


 

어제 모든 발표가 났기에 오늘부터 저는 더 이상 대학과 상관없는 노동학교 1학년이였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유난히 더 추웠나봅니다.


 

 

정말 추웠습니다.

통을 두개 들고 물을 뜨러 가서

두번째 통에 물을 받을 때 쯤이면

먼저 받은 통에는 벌써 살얼음이 앉아있을 정도로..

물이 얼면 일을 하지 못하죠.

그래서 건설 현장에서는 물이 참 중요합니다.

얼지 않은 물이...

그런데 이게 어쩐 일 입니까

 

 

 

물을 얼지 않게 하려면 물 속에 담궈 놓는

'돼지꼬리'라고 불리는 전열기구를 챙겼어야 했는데

제가 깜빡 잊고 안가지고 온 것입니다.

이를 어쩐다, 이를 어쩐다.

분명 작업반장으로부터 날벼락이 떨어질 텐데,

하나님 저 좀 살려주세요.

 

 

 

그런데 마침 그 때 제 눈에 돼지꼬리 한개가

드럼통에 떡 하니 걸려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 주여 ! '

 

 

 

제가 입때껏 받았던 기도 응답 중 가장 즉각적인 응답이였습니다.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아브라함이 산에서 덤불에 걸린 양을 발견했을 때 심정을

아주 조금은 이해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브라함과 같은 고백을 했습니다.

 

 

 

여 호 와 이 레     : D

 

 

 

그냥 하루 비록 추웠지만 하나님이 주신 돼지꼬리로 일을 하니

왜이렇게 일이 즐겁던지,

노동학교의 타일, 미장, 시멘트 양생 수업이 무사히 끝나고

작업도구를 슬슬 챙긴 후

돼지꼬리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는 순간,

바로 그 때,

제 어깨에 손을 올리는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3 담임 선생님 이후로

저를 그만큼 죽일듯이 쳐다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 사람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가 틀림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제게 말 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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