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대와 참 인연이 깊습니다.
4년전,
저는 아침마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 역에 있는
서울대학교에 등교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등교가 아니라 출근이였습니다.
저와 같이 등교(?)한 학생들이 가방에서 책을 꺼낼 때,
저는 가방에서 연장을 꺼냈습니다.
그 학생들이 책장을 넘길 때,
전 벽돌을 한장 쌓았습니다.
맞습니다.
전 그 당시 학생이 아니라 견습생이였습니다.
당시 건설중이였던 서울대 과학관의 노가다 견습생...
입시에서 모두 떨어진 후 제 꿈은 프로 노가다 선수였습니다.
하루 빨리 프로가 되어서,
견습생의 두배가 넘는 일당을 받으며 노가다 제자를 양성하는...
전 공부랑 상관없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공부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저도 그 다음 해에는
가방에서 연장이 아닌 책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또 서울대에 와 있습니다.
이번엔 의대입니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등교(?)합니다.
저와 같이 등교한 의대생들이 의료카트를 끌고 실습 갈 때
저는 과일 카트를 끌고 배달을 갑니다.
그들이 주름하나 없는 흰 가운을 입을 때
저는 꼬질 꼬질 한 남방을 입습니다.
맞습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청과류 배달 아르바이트생...
상황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아닙니다.
지금은 그 때 없던 비젼이 있습니다.
사실 4년 전, 저에겐 비젼이란 단어가 사치였습니다.
그때는 눈 앞에 벽돌을 하나 더 올리는 것이 목표였고,
추운 겨울날 공사할 물이 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사명이였으며
월급봉투가 제 비젼이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써는 제가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여기까지 이끌어 오셨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있다고 하는 서울대 의대에서
후줄그래한 옷을 입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전 날마다 꿈꾸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날마다 기도합니다.
객관적으로 정말 부족해 보입니다.
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제가 가장 무지하다고 단언 할 수 있지만,
부족한 저이기에 하나님께서 사용하시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저를 누구보다도 기뻐하신다는 사실에
저는 날마다 행복합니다.
이상 서울대에서 행복한 사람 김민찬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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