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니 가르친다(teaching)는 말 보다는 가리키다(point out)는 말이 더 맞다.
왜냐하면 나는 말 그대로 아이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꺼내들고 혀를 끌끌 차며 저것 보라고 저 개념 없는 아이들 좀 보라고 하면서 말이다.
내 나이가 올 해 스물 다섯이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나이는 열 셋부터 많아야 열 여덟 정도이다.
더군다나 거반이 이제 막 코밑이 꺼뭇꺼뭇해기 시작한 사춘기의 남자 아이들인데.
이들은 쌩까기 혹은 무반응의 대가들이다.
문화상품권 혹은 게임 캐릭터의 레벨업을 제외하고는
미소를 지을 일이 거의 없는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들이다.
심리학 시간엔 이런 사람을 '스키조이드'라고 하던데
아뭏튼 그렇다.
솔직히 말해보자.
내 이름 석자 앞에 '주일학교 교사'라는 호칭이 붙었다고
갑자기 이 아이들이 사랑스러워지고
이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겠다는 의지가 솟아 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대답하기 위해서 별로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교사가, 그것도 주일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향해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의지가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 해본다.
과연 내가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가?
그렇다.
나에게는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나를 사랑해 주는 진정한 교사를 만난적이 있던가..?
하나 둘 씩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선생님 전 선생님이 사주는 떡볶이 안 먹을 테니깐 제 몫 일인분은 돈으로 주세요.
저는 오락실 갈래요. 엄마한테 이르지 마시고요.
이런 어의 없는 요구에도 웃으면서(비소가 아닌 진심어린 웃음이였다)
그래, 민찬아. 그렇게 하자.
대신 다음 주 예배도 늦지 말고, 그리고 돈도 줄테니깐 여기 있는 떡볶이도 좀 먹어. 괜찮아 먹어도 돼.
하며 나를 이해 해 주었던 선생님.
맛있는거 사주세요라는 말에 한 번 배터지게 먹어보라고
대학로에 대려가서 하루 종일 온 갖 종류의 음식을 다 사주시며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이였던 그 선생님이 그런 돈이 다 어디서 났을까?)
기쁨조가 되주셨던 선생님.
민찬아 아직 너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선생님을 봐라. 기뻐보이지 않느냐? (물론 당시에 나는 기뻐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왜 기쁜지 아냐? 예수님 만나서 그렇다.
너희도 예수님 만나면 선생님처럼 기쁨이 솟아날꺼라고
열변을 토했던 선생님..
나는 이들은 화낼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때문에 만만한 어른들, 막 대해도 되고, 항상 웃는 사람들로 생각했다.
그 때 선생님들은 명문대 출신도 아니였다.
학식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였고,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였다.
하지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신 분들이 바로 이 분들이라고...
나는 애초부터 학교에선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키 작지, 운동 못하지, 공부 못하지..
통지표에는 주의력 산만에 끈기 부족이란 말이 6년 내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인정 받는 곳이 딱 한 군데 있었다.
교회 주일학교.
주일날 교회오면 나를 반겨주는 선생님 들이 있었고,
보고싶었다고 너는 선생님 안 보고 싶었냐고 물어주고
안아주고 만져주고 볼을 비벼주고
이쁘고, 착하다.
넌 잘 꺼야야.
넌 하나님의 아들이야.
넌 왕의 자녀야. 하며
한 주간 무시 당했고 기가 죽어있던 나를 단 한 순간에 치료하고 회복시켜줬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 분들이 가졌던 한가지,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내가 없는 바로 그 것...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구해야 하는 것..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주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그 선생님들이 그랬듯,
보이지 않게 아이들의 마음 속에 '예수'를 심어주는 교사가 되게 하소서.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하시고,
그로 인해 예수의 복음이 저 아이들의 삶 속에 피어나게 하소서.
무엇보다도 이것이 바로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가치있는 일이고
또한 주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하소서.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한다.
주님 내게 무엇보다도 한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화 해야겠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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