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9. 22:10

요즘 학교에서 '근로 장학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름은 근로 장학생인데, 일단 성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장학생이라는 말은 왜 붙어있는지 잘 모르겠고,

특별히 '근로'라고 해봐야 월요일날 화분에 물을 주고

오전 10시 정도에 대학 본부에 가서 등기를 받아오는 것이 전부니깐

결국 '근로 장학생'이라는 말은 좀 웃기다는 느낌이 든달까?

 

그래도 엄연히 '근로자'이기 때문에 앉아서 일 비슷한 것을 할 수 있도록

수 없이 많은 다이얼이 붙어있는 전화기(아직 한번도 받아 본 적은 없다.)와

나름대로 쓸만한 컴퓨터가 놓여있는 책상 앞이 바로 내 자리이다.

 

이 책상은 내 책상이다.

 

이 책상 위에서 이런 저런 책도 읽고, 생각도 하고 가끔씩 졸고(스팀 옆이라) 그런다.

아까는 졸다가 잠깐 꿈을 꿨는데, 이런 내용이였다.

 

이름은 기억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였던 것 같은 한 남자아이가 나한테 와서 키(열쇠)를 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키를 달라는 거야?"하고 반문을 했어야 옳았는데,

꿈 속에선 아무 대꾸도 없이 마치 내가 그 아이의 키를 가지고 있는것마냥

그 아이에게 줄 키는 찾으려고 가방 속과 주머니를 뒤졌다.

앞 주머니 뒷 주머니를 뒤지고, 가방까지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뒤지기 시작하는데

그때, 키를 달라고 했던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거 못 찾으면 집에 못들어 가고 엄마한테 혼난다며 처음에는 울먹이더니 이내 으앙하고 크게 울기 시작했다.

 

아,

 

나는 고개를 크게 한 번 떨구며 잠에서 깼는데,

 

잠시 멍했다.

 

아까 수영장에서 카운터 아주머니에게 키를 반납하지 않고 나올 뻔 했는데,

그게 무의식 중에 내 머리 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뭐지?

 

전화벨이 울렸고 평소처럼 두 번이 채 울리기 전에

내 오른쪽에 칸막이에 앉아있는 사람이 수화기를 들었다.

아마 오늘의 마지막 전화일 것이다.

이제 곧 퇴근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 일도 없는데, 퇴근이라는 말도 거추장스러운 감이 없잔아 있다.

 

오늘은 책도 얼마 못 보고..

좀 아쉬움이 남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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